그린워싱의 법적 전환, 선의의 수사(修辭)에서 형사적 책임으로

“초록으로 칠한 말은, 법정의 빛 아래서 그 민낯을 드러냅니다.”

기업이 스스로를 ‘지속가능한 존재’로 호명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 ‘탄소중립’, ‘녹색 미래’와 같은 표현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수사적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마케팅 부서의 언어였고, 광고 대행사의 창작물이었으며,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연마하는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언어는 법정으로 소환되고 있습니다.

영국이 2024년 제정한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DMCC Act)은 경쟁시장청(CMA)에 소비자를 오도하는 환경 관련 주장에 대해 기업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직접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2025년 4월부터 발효된 이 조항은, 그린워싱이 더 이상 평판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재무적 생존의 문제임을 명문화한 것입니다. 주차 운영업체 유로카파크(Euro Car Parks)가 규제 조사에 비협조를 이유로 약 47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그 서막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하듯, 본격적인 그린워싱 제재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유럽의 법정, 이미 심판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움직임은 유럽 대륙에서 이미 전개되고 있는 법적 지형도의 연장선입니다. 최근 3건의 판결은 그 방향을 명확히 가리킵니다.

① TotalEnergies (프랑스, 2025년 10월)

파리 민사법원은 2025년 10월 23일, 그린피스 프랑스 등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TotalEnergies가 프랑스 소비자 사이트에 게시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야망’과 ‘에너지 전환의 주요 플레이어’라는 문구가 소비자를 오도하는 불공정 상업 관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핵심은 이미지와 실체 간의 간극이었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제시한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의 이미지가 실제 사업 구조 — 2024년 기준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 — 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TotalEnergies는 판결 후 한 달 내 해당 문구를 삭제하지 않으면 일일 과태료가 부과되는 이행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미래지향적 환경 주장에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이행 계획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사법부가 선제적으로 기준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큽니다.

② KLM (네덜란드, 2024년)

암스테르담 지방법원은 2024년,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진행한 ‘Fly Responsibly’ 캠페인이 소비자를 오도한 불법 광고였음을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도입과 탄소 상쇄 프로그램이 항공 여행의 환경적 부정성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KLM은 직접적인 벌금 부과를 피했지만, 해당 광고의 재사용은 영구 금지됐습니다. 벌금이 없다고 해서 가벼운 판결이 아니었습니다. 광고 캠페인의 폐기와 사법적 낙인은 그 자체로 심대한 브랜드 손상이었으며, 항공 산업 전반에 환경 관련 광고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로 작동했습니다.

③ Shein (프랑스, 2025년 7월)

패스트패션 플랫폼 Shein은 2025년 7월, 프랑스 당국과의 형사적 합의를 통해 4,000만 유로의 벌금을 납부했습니다. 이 합의는 그린워싱과 가격 프로모션 관련 불공정 상업 관행을 포괄했습니다. Shein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25% 감축하겠다는 친환경 목표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2023~2024년간 배출량이 82% 증가했습니다. 주장과 현실 사이의 이 극명한 괴리가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같은 달 별도로 Shein에 100만 유로의 추가 과징금을 부과하며 유럽 각국의 동시적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 사건은 특히 국경을 초월한 다국적 플랫폼도 예외 없이 그린워싱 규제의 그물에 걸린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왜 지금, 왜 영국인가

유럽 사법의 흐름에서 영국의 DMCC Act가 갖는 특수성은 집행 방식의 전환에 있습니다. 기존의 그린워싱 제재는 광고 금지나 시정 명령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CMA가 새롭게 획득한 권한은 법원을 거치지 않고 행정 당국이 직접 글로벌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 그린워싱을 반독점·카르텔 위반 수준의 중대 위반 행위로 격상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그린 전환 지침(Green Transition Directive)이 2026년 9월 27일부터 회원국 법에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이 지침은 ‘기후중립’, ‘탄소중립’, ‘친환경’과 같은 표현을 구체적 증거 없이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탄소 상쇄에 기반한 탄소중립 주장은 실질적 배출 감소가 아닌 한 블랙리스트 금지 행위로 명시합니다. 법 집행의 관점에서 EU 내 그린워싱 소송의 원고 승소율이 이미 81%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 지형이 기업에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설정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Red Tractor 사례는 이 엄격성이 어디까지 도달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영국 ASA는 ‘Farmed with care’라는 문구와 목가적 농장 이미지의 조합이 환경적 장점을 과장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시적 주장이 없어도 이미지와 맥락의 전체적 인상이 규제 대상이 된다는 이 판단은, 기업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반에 법적 리스크가 내재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본 그린워싱

이 현상을 단순히 마케팅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린워싱 리스크는 이제 기업 리스크 구조 전체를 관통하는 복합적 위협입니다.

재무적 손실의 직접성. 글로벌 매출의 10%는 대형 기업에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과징금에 더해 소송 비용, 광고 캠페인 전면 재설계,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린워싱 한 건의 실제 비용은 과징금을 상회할 수 있습니다.

D&O 책임의 확장.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환경 관련 주장의 정확성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기후 공시 관련 규제와 결합될 경우, 부정확한 지속가능성 주장은 임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D&O(임원배상책임보험) 프로그램의 보상 범위와 면책 조항을 재검토해야 하는 직접적 계기입니다.

투자자 관계의 균열. 기관 투자자들은 ESG 리스크 관리 역량을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린워싱 제재는 투자 등급 하락, 자본 조달 비용 상승, 주주 행동주의의 격화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습니다.

보험 가입 가능성의 축소. 그린워싱이 법적 위반 행위로 확립될수록, 보험자들은 관련 청구를 고의적 불법 행위로 분류하여 보험 보호 범위 밖으로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업의 리스크 이전 전략에서 그린워싱 관련 손실이 구조적 공백이 될 수 있습니다.

침묵과 과장 사이

기업은 이제 두 가지 함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환경 성과를 과장하면 그린워싱으로, 침묵하거나 축소하면 ‘그린워싱의 역설’인 그린허싱(Green Hushing)으로 투자자와 시장의 비판을 받습니다. 이 좁은 통로를 지나는 유일한 방법은 증거에 기반한 투명성입니다.

독일 연방대법원(BGH)이 2024년 6월 판결에서 명시했듯, 환경 관련 주장에는 건강 관련 광고에 준하는 엄격한 특별 법적 기준이 적용됩니다. ‘기후중립’이라는 단어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배출 감소를 통한 것인지, 탄소 상쇄를 통한 것인지 명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모호한 주장은 더 이상 창의적 마케팅이 아니라 법적 위험의 씨앗입니다.

그린워싱 규제의 강화는 결국 기업에게 하나의 심층적 질문을 던집니다. 지속가능성 주장이 실체보다 앞서 달리는 순간, 그 언어는 브랜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환경 커뮤니케이션이 경영 전략의 진실성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면, 규제와 법정과 투자자는 그 허구를 걷어낼 것입니다. 수사는 실체를 앞서갈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그린워싱 규제가 기업에게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