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대, 건설 경영진의 형사리스크와 대응전략

“경영자 자신이 피고인 석에 서는 형사리스크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법원은 지금, 무엇을 묻고 있는가

최근 2024년부터 2026년에 이르는 판결 추이를 살펴보면, 법원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납니다.

울산의 한 건설사 대표이사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사고 이후 하도급 계약서를 위조한 서울의 소형 건설사 대표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과거 집행유예 중심이었던 판결 경향이, 의무 위반의 반복성과 사후 은폐 행위가 드러날 경우 즉각적인 실형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법원이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켰는가.” 매뉴얼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그 결과가 경영 의사결정에 환류(Feedback)되었는지를 심리합니다. 서류로만 존재하는 안전 시스템은 법정에서 아무런 방어력을 갖지 못합니다.

리스크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되었는가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 현장에도 중처법이 전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의 중소 건설사 대표들까지 형사처벌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대법원은 발주자라 할지라도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면 도급인에 준하는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원·하청 관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책임의 반경이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무죄 판결 사례도 있습니다. 원청이 안전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한 사실이 인정된 경우, 혹은 법적용 범위를 둘러싼 기술적 쟁점에서 검사 측 입증이 부족했던 경우입니다. 무죄는 요행이 아니라, 사전에 구축된 체계의 결과물입니다.

경영진이 취해야 할 세 가지 대응 축

첫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화. 조직도 상의 안전보건 총괄 조직을 실제 기능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위험성 평가의 주기적 실시, 결과의 문서화, 경영층 보고 및 환류 프로세스의 정착이 핵심입니다.

둘째, 도급·하도급 관계의 법적 정비. 하청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라 할지라도 원청 대표이사의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도급 계약서 내 안전 조항의 명문화, 수급인의 안전 이행 모니터링 체계 구축, 현장 지배·관리 행위에 대한 기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셋째, 보험 프로그램의 전략적 설계. 중처법 시대에 보험은 단순한 사후 보상 수단이 아닙니다. 경영진 개인의 형사 방어 비용, 법률 대응 비용, 그리고 기업 운영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재무적 안전망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보험 프로그램: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건설업 경영진의 중처법 대응에 있어 다음 보험 커버리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 임원배상책임보험(D&O Insurance): 경영책임자의 법적 방어 비용 및 형사 대응 비용을 보전합니다. 중처법 위반으로 인한 수사·재판 과정의 변호사 선임비용이 핵심 보장 항목입니다.
  • 기업형사방어비용 특약: 일부 Crime Policy 또는 전문인배상책임 계약에 부가되는 형사방어비 담보로, 법인 및 임원 모두에 적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합니다.
  • 산재보험 및 근재보험의 고도화: 보상 한도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치료비·휴업급여 초과분을 커버하는 구조로 업그레이드합니다.
  • 영업중단손실보험(BI Coverage): 중대재해 발생 후 공사 중단, 인·허가 취소,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매출 손실에 대비합니다.
맺음말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실제로 했는가.” 법원 역시 같은 질문을 판결문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형사처벌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준법의 문제이기 이전에,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이끌어야 할 경영자의 본질적 책무입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화, 도급 관계의 법적 정비, 그리고 전략적 보험 프로그램의 구축—이 세 축이 견고하게 작동할 때, 경영자는 비로소 리스크와 정면으로 마주설 수 있습니다.